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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인터뷰서 "공공의 선을 기준으로 기술 개발돼야"2016년 3월 9일 이세돌 9단(오른쪽)이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구글 딥마인드

8년전 알파고와 대결한 이세돌 "AI가 바둑의 예술성 잃게 해"

8년전 알파고와 대결한 이세돌

구글과 인터뷰서 "공공의 선을 기준으로 기술 개발돼야"
2016년 3월 9일 이세돌 9단(오른쪽)이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1국 중 첫 수를 둔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속도 조절이라는 게 사실 중요해요. 준비가 안돼 있을 땐 어떤 파국이 발생할지 모르거든요. 기술이 너무 앞서 나가지 않도록 충분히 준비만 한다면 기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년 전인 2016년 3월 인공지능(AI)과 대국을 펼쳤던 전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코리아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AI의 발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구글코리아는 19일 자사 블로그에 “당시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바둑’ 대결로 불리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와 대국한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이세돌 9단을 만나 AI로 인한 그의 삶의 변화, AI가 가져올 미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면서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란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펼친 대국을 말한다.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5번의 대국에서 단 한 차례 이기는 데 그쳐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기는 동시에 AI 기술이 상당히 가까워져있다는 인식을 널리 심어줬다.

인터뷰에서 당시 대국을 회상하던 그는 “첫 번째 대국부터 너무 괴리감이 컸다”면서 “바둑에서 ‘승부호흡’이라는 게 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고 벽과 테니스를 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승부호흡은 바둑에서 승부를 위해 쓰는 결정적인 판단을 말한다.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 없는듯 알파고가 거침없이 바둑을 잘 뒀다는 뜻이다. 극적으로 4국에서 승리한 것에 대해 “알파고가 참 괜찮은 친구다. 체면은 그래도 차리게 해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국 이후 AI가 바둑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그는 “예술이 아닌 정답을 맞추는 과정이 된 것 같아 아쉽다”라고 답했다. 그는 “제가 바둑을 처음 배웠을 때는 바둑이 두 명이 함께 수를 고민하고 두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로 배웠다. 그런데 AI가 나온 이후로는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추는 것 같아서 오히려 예술성이 퇴색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AI의 도움을 받아 ‘아, 이렇게 둬야 하는구나’라고 배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세돌 9단은 AI에 의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선을 위한 AI 개발 원칙을 세우고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은 우상향을 한다”면서 “확실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단점을 개선하면서 AI와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AI가 어떤 원칙에 따라 개발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공공의 선이 기준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국내 상황을 꺼내며 “우리나라가 (AI에 대한) 윤리나 공포나 거부감 때문에 너무 (기술 개발이) 더디게 가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에 대해 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대국 3년 뒤인 2019년 11월 프로기사 은퇴를 선언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AI가 은퇴를 결정하는 데 조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면 다시 바둑은 배울 거고, 프로기사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국을 치르며 인간의 한계를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AI로 인해 아마추어로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더 많은 재미를 찾을 것이라며 한계를 느낀 건 오로지 프로기사로서 느끼는 괴리감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세돌 9단은 “AI를 이용하면 어떤 수가 좋은 건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바둑을 둘 때 재밌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즐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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